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요
왜 지금 이 얘기가 중요할까요? 숫자가 뒤죽박죽 엇갈리기 때문이에요. "조선 3사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6% 늘었다"는 기사도 돌고, "컨센서스에 못 미쳤다"는 기사도 돌고, "역대 최대"라는 기사도 돌아요. 같은 분기 실적인데요.
정리하면 이래요. 2026년 3분기 조선 3사(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한화오션) 합산 영업이익은 2조 2,71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3.6% 늘었고, 이건 분기 기준 역대 최대예요(뉴스핌 2026-10-27, 내일신문 2026-10-30). 그런데 증권가 전망치(컨센서스, 증권사들이 내놓은 실적 예상치를 모아 평균 낸 값)는 집계 시점에 따라 1조 9,101억원에서 2조 4,697억원까지 벌어져 있었어요. 그래서 어떤 기준으로 보면 "+18.9%"가 되고, 어떤 기준으로 보면 "-8.0%"가 돼요. 같은 실적인데 평가가 정반대로 갈리는 거예요. 참고로 돌아다니는 "76%"는 이번 실적 증가율이 아니라, 컨센서스 자체가 1년 전보다 76% 높아졌다는 뜻이에요. 여기서 헷갈리면 판단이 통째로 어긋납니다.
그런데 진짜 눈에 띄는 건 이거예요. 그 사이 주가는 10월 16일 종가 기준으로 52주 최고가 대비 47~58%까지 밀렸어요(더퍼블릭 2026-10-20). 회사는 사상 최대 이익을 냈는데 주가는 반토막. 이 괴리가 이번 달 리포트의 출발점이에요.
발주 쪽을 보면요. 2026년 1~9월 세계 신조선 발주는 7,071만 CGT(배의 크기를 나타내는 표준화 단위, 표준 화물선 1척이 대략 1만 CGT 안팎이에요)로 전년 동기 대비 57% 늘었어요(Clarksons, 연합뉴스 2026-10-07). 다만 9월 한 달만 보면 620만 CGT로 전년 동월보다 13% 줄었어요. 누적으로는 사상 최대급인데, 최근 한 달은 식은 거죠. 남은 기간을 좌우할 신호예요.
그 7,071만 CGT 중 중국이 5,391만 CGT(76%, 전년비 +92%)를 가져갔고, 한국은 1,093만 CGT(15%, +43%)였어요. 9월 말 기준 수주잔고(계약은 됐는데 아직 배를 만들고 있는 물량)는 세계 2억 2,367만 CGT, 중국 1억 5,104만 CGT(68%), 한국 3,817만 CGT(17%)예요(Clarksons, 연합뉴스·조세일보 2026-10-20). 숫자만 보면 "한국이 중국에 완전히 밀렸다"로 읽혀요.
그런데 기업 공시를 보면 그림이 달라요. HD한국조선해양은 176척·약 191억 달러로 연간 목표를 조기 초과 달성했고, 삼성중공업은 124억 달러로 목표(139억 달러)의 89%, 한화오션은 77억 2,000만 달러로 목표의 약 80%를 채웠어요(스메일리 2026-10-21). 3사 모두 3분기 누적 영업이익으로 이미 전년 연간 실적을 넘어섰고요. 즉 한국은 "못 받아서" 점유율이 준 게 아니라, "골라 받아서" 준 겁니다. 9월 한국 월간 점유율이 21%로 반등한 것도 이 해석에 힘을 실어줘요.
가격은 더 흥미로워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은 1억 3,100만 달러로 사상 최고를 찍었고, 17만 4,000㎥급 LNG선은 2억 4,500만 달러, 2만 2,000~2,400TEU급 컨테이너선은 2억 4,200만 달러로 내려왔어요. 총량은 좋은데, 고부가 배의 가격 프리미엄은 갈라지고 있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노무 리스크. 10월 2일 HD현대중공업 1차 잠정합의안이 부결되고 한화오션에서는 고공농성이 벌어졌는데, 10월 27일 HD현대중공업이 최종 타결했고 한화오션도 같은 날 잠정합의해 10월 29일 가결됐어요. 지난달 저희가 "임단협 파업으로 3분기 실적 전망이 흔들릴 수 있다"고 걸어둔 감시 신호가 실제로 켜졌다가, 이번에 꺼진 셈이에요. 다만 인상분과 일회성 비용은 3분기 실적에 이미 반영됐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나요 — 구조를 보면요
표면 뉴스는 "중국에 밀렸다" 혹은 "피크아웃이다"인데, 구조를 뜯어보면 이야기가 세 층으로 나뉘어요.
첫째, 이 수요가 존재하려면 반드시 참이어야 하는 조건이 세 개 있어요. ⓐ 해상 물동량과 톤-마일(실어 나른 화물량 × 거리)이 유지되고,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규제가 낡은 배 교체를 사실상 강제할 것. ⓑ 조선소의 건조능력이 물리적으로 제한될 것 — 도크, 엔진, 변압기, 사람까지요. ⓒ 선주와 전력사업자가 그 비용을 감당할 만큼 운임과 전기요금 체계가 버틸 것. 이 세 개 중 하나가 깨지면 조선 발주 논리 전체가 흔들려요.
둘째, 그런데 ⓑ가 생각보다 강력한 상한을 만들고 있어요. Clarksons는 세계 조선소 생산능력을 2027년 6,400만 CGT, 2028년 6,900만 CGT로 전망했어요(2026-10-22 보도). 이게 얼마나 큰 건지 감을 잡으면요 — 지금 전 세계 선복(운항 중인 배的总량)의 약 23% 수준이에요. 2008년 사이클 정점 때는 이 비율이 50%를 넘었는데,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겁니다. 즉 앞으로 발주가 미친 듯이 늘어도 배를 만들 데가 없어서 상한이 걸려요. 성장의 천장이 수요가 아니라 공급에 있는, 꽤 특이한 구조예요.
셋째, 그래서 병목이 순서대로 옮겨 다닙니다. 1단계 병목은 도크예요. 지금 발주하면 20292030년 인도분으로 배정될 정도로 밀려 있고, 이 구간의 수혜자는 20252027년의 조선사예요. 2단계 병목은 이중연료 엔진과 기자재로 넘어갑니다. 실제로 HD현대마린엔진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93.8% 늘고 영업이익률은 28.5%를 찍었어요 — 조선 본체보다 훨씬 두꺼운 마진이죠. 수혜 시점은 20262028년입니다. 3단계는 육상 전력 인프라예요. HD현대일렉트릭의 수주잔고가 88억 4,300만 달러로 45년치가 쌓였고, 청주에 1,980억원 증설을 결정했어요(2026~2030년). 4단계는 소형모듈원전(SMR)과 원전 기자재로, 2030년 이후 이야기예요.
이게 왜 중요하냐면요. 병목이 옮겨갈 때마다 돈이 되는 회사가 바뀌어요. 도크가 막혀 있을 때는 조선사가 갑이고, 도크가 뚫리면 엔진이 갑이 되고, 엔진이 풀리면 전력기기가 갑이 됩니다. 이 순서를 읽는 게 이 섹터에서 초과 수익을 내는 핵심이에요. 조선주만 계속 보면 이미 지나간 자리를 보고 있는 셈이에요.
그럼 이 병목이 다 풀리면 어떻게 될까요? 도크·엔진·변압기 증설이 2028~2030년에 몰려 완공되면, 그때부터는 "만들 수 있는데 아무도 안 사는" 국면이 올 수 있어요. 그래서 지금부터 3년이 이 사이클에서 가장 두꺼운 구간이고, 그 뒤는 다시 가격 경쟁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어요.
시장은 이렇게 보는데, 저희 생각은요
먼저 시장 다수의 의견부터 정리할게요. 한 문장으로 "신조선 발주는 이미 정점을 지났고, 조선사 이익도 2028년을 정점으로 꺾인다"예요. 중국 매체와 중국계 증권사(申万, 2026-10-20)도 같은 방향이고, 국내 증권가 다수도 2028년까지는 좋다가 그 뒤가 불투명하다는 그림을 그려요. 주가가 반토막 난 게 이 컨센서스를 반영한 결과라는 해석도 자연스럽고요.
저희가 동의하는 부분은 두 가지예요. 첫째, 발주 사이클의 정점은 지났습니다. 9월 월간 발주가 전년 동월 대비 13% 줄었다는 Clarksons 데이터(연합뉴스 2026-10-07)가 그걸 뒷받침해요. 둘째, 중국의 침투는 진짜입니다. 세계 발주 76%, 잔고 68%는 무시할 수 없는 숫자예요. 이 두 가지는 저희도 인정합니다.
갈라지는 부분은 시점이에요. 시장은 피크아웃을 20262027년에 반영했는데, 저희는 2029년 이후로 봅니다. 근거는 이거예요. 2028년 조선 3사 합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13조 6,658억원이에요(에프앤가이드 2026-09-21 집계, 매일경제 2026-10-11). 2025년 5조 9,343억원의 2.3배죠. 이 숫자가 중요한 이유는, 이게 앞으로 새로 수주해야 나오는 숫자가 아니라 이미 계약서에 도장이 찍힌 잔고의 함수라는 점이에요. 배는 주문받고 23년 뒤에 인도되니까, 2028년 실적은 대부분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주가는 그걸 2년이나 먼저 다 반영해버린 거예요.
두 번째 차이는 상승 여력을 어디에 둘 것인가예요. 시장은 조선 3사의 주가순이익비율(PER, 주가를 주당이익으로 나눈 값) 재평가에 베팅하는데, 저희는 엔진·전력기기·특수선이라는 '병목 이동의 다음 단계'에 배분해요. 조선 본체는 이미 반영이 50~55 수준인데, 엔진 쪽은 45로 아직 소수만 주목하고 있어요.
자, 이제 정직하게 저희 관점에 대한 반론을 꺼낼게요. 이게 이 리포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일 수도 있어요.
첫 번째 반론은 역사에서 왔어요. "고선가 수주잔고가 3년치 있으니 앞으로 3년은 안전하다"는 논리는 2008년에도 똑같이 통했어요. 실제로 2010년까지 조선사 이익은 유지됐습니다. 그런데 주가는 2008년에 이미 -70%를 갔어요. 백로그가 실적을 지켜주는 동안 주가는 아무것도 지켜주지 않았던 거죠. 20032008년 사이클에서 조선주는 이익 정점 약 18개월 전에 고점을 찍고 6070% 조정됐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저희가 "선반영이 이르다"고 말하는 순간 자체가 틀린 판단일 수 있어요. 시장이 2년 먼저 가는 게 정상이라면, 지금 반토막은 오히려 합리적이고요.
두 번째 반론은 더 아파요. 근거의 순환성입니다. 이번 글에 나오는 선가, 점유율, 잔고 수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일경제·한국경제·더퍼블릭·조세일보는 물론이고 중국계 증권사와 중국 매체까지 전부 Clarksons Research라는 단 하나의 원자료를 재인용하고 있어요. 서로 다른 매체가 다투듯 인용해도, 사실은 같은 데이터를 돌려 말하는 것뿐이에요. "여러 곳에서 같은 얘기가 나온다"가 독립적인 확인은 아니라는 뜻이죠. 그래서 저희는 기업 공시(3분기 확정 실적, 수주 공시)를 별도의 두 번째 축으로 삼았어요. 여기서 HD현대중공업 상선 영업이익률 17.8%, 한화오션 상선 22.7%가 나오고, 이 교차검증으로 "선별 수주론은 성립한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완전히 독립적이라고 하긴 어려워요.
세 번째 반론은 자기모순이에요. "주가가 이미 선반영됐으니 덜 빠질 것"이라는 논리는, 자기가 방금 "시장은 앞서 간다"고 인정한 걸로 스스로를 무너뜨려요. 시장이 앞서 가는 게 맞다면 저희가 그걸 더 잘 안다고 주장할 근거가 약해지죠.
그래서 저희도 이 차별화의 확신도를 아주 높게 잡지 않았어요. 대략 10점 만점에 6점 남짓, 100점으로 치면 62 정도입니다. 방향이 아니라 강조점과 시점에서 갈리는 것이고, 증권가 다수도 2028년까지는 호실적을 전망하고 있으니 저희가 완전히 혼자인 것도 아니에요. 이 세 가지 반론이 맞다면, 저희가 틀린 겁니다.
이미 주가에 반영됐을까요
"가격 반영도"라는 말을 먼저 풀어볼게요. 지금의 좋은 뉴스나 나쁜 뉴스가 주가에 얼마나 이미 들어가 있느냐는 뜻이에요. 100이면 완전히 다 반영돼서 아무리 좋은 소식이 나와도 주가가 안 움직이고, 0이면 전혀 반영 안 돼서 뉴스만 나오면 크게 움직여요. 투자에서 "좋은 회사"와 "좋은 주식"이 다른 이유가 바로 여기 있죠.
저희 판정은 이래요. 조선 3사 5055, 전력기기 7578. 정확히 반대 방향입니다. 조선은 절반 정도만 반영돼 있어서 여지가 남아 있고, 전력기기는 4분의 3 이상 반영돼서 새 재료가 나와야 더 갈 수 있는 상태예요.
왜 조선을 5055로 봤냐면요. 2026년 이익이 사상 최대인데 주가는 5월 고점 대비 반토막이에요. 사이클 산업에서는 통상 주가가 이익을 1218개월 앞서 움직이니까, 이 하락은 시장이 "2027년 하반기 이후 이익 둔화"를 이미 가격에 넣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그런데 2028년 컨센서스 13조 6,658억원은 2025년의 2.3배예요. 반영된 시점이 실제 이익 곡선보다 1~2년 앞서 있다는 게 저희 계산이에요.
여기서 조심해야 할 함정이 하나 있어요. 이 국면에서 조선주의 낮은 PER은 "싸다"는 신호가 아니라 "이익이 곧 정점을 찍는다"는 신호일 수 있어요. 사이클 주식은 이익이 꼭대기일 때 PER이 가장 낮아 보입니다. 분모(이익)가 최대니까요. 그 다음 해에 이익이 반토막 나면 PER은 순식간에 두 배가 되고, 그때 "아직 싸다"고 산 사람들이 물리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단순히 "PER 5배니까 싸다"고 말하는 건 이 섹터에서 특히 위험합니다.
그래도 저희가 조선을 50~55로 잡은 이유는, 이번에는 선반영의 시점이 이르다고 보기 때문이에요. 이익이 계약된 잔고의 함수라서 2028년까지는 내려가는 그림이 아니거든요. 반면 전력기기는 HD현대일렉트릭 영업이익률 24.1%, 수주잔고 신기록으로 재평가가 상당히 진행됐어요. 좋은 회사인 건 분명한데, 지금 사는 게 좋은 가격인지는 다른 문제죠.
그래서 어떤 종목이 엮여 있나요
매수·매도 추천이 아니라, "어떤 이유로 엮여 있는지"만 정리할게요.
수혜 쪽 — 조선 본체. HD현대중공업·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은 이익 확정성 대비 주가 반영도가 50~55로 낮은 편이에요. 2028년까지의 실적이 이미 계약으로 뒷받침되는데 주가는 그걸 절반쯤만 반영하고 있다는 게 저희 해석입니다. 다만 이 해석 자체가 위에서 말한 반론에 노출돼 있어요.
수혜 쪽 — 병목 2단계. HD현대마린엔진은 3분기 매출 +93.8%, 영업이익률 28.5%로 이중연료 엔진 병목의 순수 수혜예요. 조선 본체보다 마진이 두껍고, 반영도는 45로 아직 소수만 주목하는 구간입니다. 다만 거래량이 적은 종목이라 변동성이 클 수 있어요.
수혜 쪽 — 병목 3단계. HD현대일렉트릭은 수주잔고 88억 4,300만 달러(45년치)와 청주 1,980억원 증설로 대응하고 있고, 효성중공업·두산에너빌리티도 같은 축이에요. 성장은 확실한데 재평가가 7278 수준으로 이미 상당히 진행됐어요. "좋은 회사인데 주가가 먼저 갔다" 쪽입니다.
피해 쪽 — 중형선·벌크. 대한조선·팬오션이 여기 엮여요. 중국이 세계 발주 76%를 가져간 시장에서는 중형선 가격 결정권이 중국으로 넘어갔어요. 대형 3사는 선별 수주로 버티지만, 중형선 중심 사업자는 가격을 받아주는 쪽이 됩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이 악재가 아직 덜 반영됐을 수 있다는 거예요. 선가 프리미엄 축소가 본격화되면 추가로 빠질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수혜처럼 읽히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구간이에요.
역발상 쪽 — 한국의 반대편. 양지장조선·중국선박은 "한국의 고선가 프리미엄이 줄어든다"는 시나리오에서 상대적 수혜예요. 그리고 POSCO홀딩스는 후판(배 만드는 두꺼운 철판) 판가 인상 국면에서 조선사 마진 압박의 정반대편에 서는데, 주가는 그 연결고리를 거의 반영하지 않았어요(반영도 28). 후판 가격은 조선사 원가의 약 20%를 건드리는 변수라, 이 연결은 생각보다 굵어요.
앞으로 이렇게 흘러갈 것 같아요
저희는 확률을 숫자로 못 박기보다, 어떤 조건이 성립하면 어느 그림이 되는지로 정리했어요. 단정은 아니고 가능성의 지도라고 봐주세요.
향후 6~12개월 — "선가가 버티느냐"의 구간. 상방으로 가려면 신조선가지수가 186~190pt를 유지해야 해요. 2026년 9월 30일 186.59pt, 10월 23일 186.69pt였으니(Clarksons), 지금은 딱 그 문턱에 서 있는 셈이에요. 여기에 2027년 3사 영업이익이 11조원대에 진입하고 특수선·부유식LNG생산설비(FLNG) 계약 공시가 이어지면 그림이 밝아집니다. 반대로 기본 경로는 선가가 완만하게(-3% 이내) 내려가면서 백로그 기반 이익 증가가 동시에 진행되고, 종목별 차별화가 심해지는 쪽이에요. 이때 봐야 할 건 엔진·전력기기의 영업이익률이 유지되는지예요. 여기서 이익률이 깨지면 병목 이동 논리 자체가 흔들립니다. 이 구간의 수혜는 조선 본체와 엔진 쪽에 남아 있어요.
2~3년 — "병목이 전력으로 넘어가는" 구간. 2028년 13조 6,658억원 컨센서스가 실제 숫자로 확인되는 시점이고, 동시에 도크 증설분이 완공되기 시작해요. 이때부터 조선 본체의 가격 결정력은 약해지고, 육상 전력 인프라와 특수선 쪽으로 수혜가 옮겨갑니다. AI 데이터센터 설비투자(capex, 회사가 데이터센터·장비에 쓰는 돈)는 조선 발주 사이클과 별개로 움직이기 때문에, 조선이 꺾여도 전력기기는 따로 갈 수 있어요. 다만 이 구간 후반에는 전력기기 증설분이 2028년 이후 공급과잉으로 돌아설 위험이 있어요. 첫 신호는 HD현대일렉트릭의 분기 수주가 두 분기 연속 -20%를 기록하고, 빅테크들이 capex 가이던스를 낮추는 겁니다.
그보다 먼 종착점 — "프리미엄이 사라지는" 구간. 이 수요의 최종 근거는 노후 선박 교체와 에너지·전력 인프라 재구축이에요. 규제와 물리적 노후화가 원인이기 때문에, 경기 사이클처럼 발주가 와장창 꺾이지는 않아요. 대신 기술 우위가 사라지면 가격으로만 경쟁하게 됩니다. 그래서 붕괴는 "발주량 급감"이 아니라 **"단가 프리미엄 소멸"**의 형태로 먼저 와요. 그때의 신호는 발주량이 아니라 LNG선과 컨테이너선의 신조가예요. 이 시점의 수혜는 SMR·원전 기자재 쪽으로 넘어가 있고, 조선은 다시 평범한 제조업으로 돌아가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참고로 저희는 형식상 확률 숫자를 붙이지 않았어요. 대신 위의 성립 조건과 관측 지표로 대체했습니다. 확률을 억지로 붙이면 그 숫자가 마치 정밀한 예측인 것처럼 읽히는데, 실제로는 그 정도 정확도가 안 나오거든요.
한 달 뒤에 이걸 확인할게요
다음 달 리포트에서 저희가 직접 검증할 항목이에요. 여러분도 같이 보시면 재미있을 거예요.
① 신조선가지수 183pt 방어 여부. Clarksons가 매주 발표하는 지수를 보시면 돼요. 186pt대에서 183pt 아래로 3개월 연속 내려가면, 저희의 "선가 고원" 전제가 깨진 겁니다. 반대로 186~190pt를 유지하면 저희 생각이 맞아가는 거고요.
② LNG선 신조가격 $245M 유지 여부. 현재 2억 4,500만 달러예요. 이게 2억 3,500만 달러 아래로 내려가면서 컨테이너선 가격까지 같이 빠지면, "단가 프리미엄 소멸" 시나리오가 시작된 거예요. 저희 논리가 가장 먼저 무너지는 지점입니다.
③ 한국 분기 점유율 12% 이하 고착 여부. 9월 월간은 21%로 반등했어요. 이게 다시 12% 이하로 내려가고 두 분기 연속 회복하지 못하면, "선별 수주"가 아니라 진짜 경쟁력 훼손이었다는 뜻이 돼요.
④ HD현대마린엔진·HD현대일렉트릭의 영업이익률 유지 여부. 각각 28.5%, 24.1%가 기준선이에요. 이게 2~3%포인트 이상 흔들리면 병목 이동 논리의 수익성 가정이 약해집니다.
⑤ 원·달러 환율 1,350원 선. 3분기 평균이 1,418원이었는데, 1,350원 아래로 내려가면 2027년 마진 개선분이 상쇄돼요. 환율은 실적보다 반 년쯤 먼저 영향을 주니까 미리 보셔야 합니다.
틀린다면 어떻게 알 수 있어요
저희 그림이 틀렸다면, 아래 신호가 순서대로 나타날 거예요. 각각 어디서 확인하면 되는지도 같이 적었습니다.
① 글로벌 메이저가 중국 조선소에 LNG선을 발주하는 공시. 지금까지는 중국 Jiangnan이 2억 2,500만 달러에 한 척을 수주한 게 관측된 수준이에요. 이게 반복되면 "기술 격차가 발주처 리스크 관리와 결합돼 있다"는 저희 핵심 가정이 무너집니다. 조선사 공시와 해외 에너지 기업의 발주 보도로 확인할 수 있어요.
② 2027년 발주가 전년비 -30%로 급감하고 중고선가가 함께 급락. 이건 카타르 North Field East 같은 LNG 프로젝트가 지연돼 선복이 남아도는 경우예요. 발주 감소만으로는 부족하고, 중고선 가격까지 빠져야 진짜 수요 붕괴입니다. Clarksons 중고선 지수와 프로젝트 발주 일정으로 확인해요.
③ 조선 기자재·엔진 발주 증가로 인한 건조 원가 상승. 중국의 물량 공세가 오히려 기자재 병목을 심화시키면, 한국 조선사의 원가가 올라가요. 이건 저희가 놓치기 쉬운 역풍입니다. 기자재 업체들의 수주잔고와 납기 지연 보도로 확인할 수 있어요.
④ HD현대일렉트릭 분기 수주 두 분기 연속 -20% + 빅테크 capex 가이던스 하향. AI 설비투자가 꺾이면 전력기기 증설분이 2028년 공급과잉으로 돌아섭니다. 빅테크 실적 발표와 전력기기사 수주 공시를 같이 보세요.
이 네 개 중 ①②가 동시에 뜨면 저희 논제는 사실상 끝이라고 봐도 됩니다. 반대로 ①②가 6개월 이상 조용하면, 시장의 피크아웃 시점이 저희 쪽으로 옮겨올 가능성이 커져요.
정리하면요
- 2026년 3분기 조선 3사는 사상 최대 이익(2조 2,713억원)을 냈지만, 주가는 52주 최고가 대비 47~58% 빠졌어요. 실적과 주가가 정반대로 간 게 이번 달의 핵심입니다.
- 시장은 2026~2027년 피크아웃을 반영했고, 저희는 실제 이익 정점이 2029년 이후라고 봐요. 근거는 2028년 컨센서스 13조 6,658억원이 새 수주가 아니라 이미 계약된 잔고의 함수라는 점이에요.
- 다만 이 판단은 2008년의 실패한 논리와 똑같은 모양이고, 근거 데이터 상당수가 Clarksons 단일 원자료의 반복 인용이라 확신도는 62 정도로만 잡았어요.
- 상승 여력은 조선 본체(반영도 50
55)보다 엔진·전력기기·특수선으로 옮겨가는 병목을 보는 쪽에 있고, 전력기기는 이미 7578까지 반영돼 있어요. 피해는 중형선·벌크 쪽인데, 악재가 덜 반영돼 추가 하락 여지가 남아 있어요.
- 지금 지켜볼 건 딱 두 가지예요. 신조선가지수가 183pt를 지키는지, 그리고 LNG선 가격이 2억 3,500만 달러 아래로 내려가는지. 이 두 숫자가 다음 달 저희 판단의 성적표를 갈라놓을 겁니다.